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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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지혜 3, 1- 9; 로마 8,31ㄴ-39; 루카 9,23-26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한밤 중에 할아버지가 갑자기 ‘아이고, 아이고’ 신음을 내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습니다. “할멈, 할멈, 허리가 너무 아파, 파스 좀 붙여줘.” 할머니는 귀찮았지만, 어두운 방안을 더듬거려 겨우 파스를 찾아 붙여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붙여 준 파스 덕분에 밤새 편히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할아버지가 붙은 파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허리에 붙은 파스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화 요리는 뽕사부 약수점으로 주문해주세요. 전 지역 5분내 신속하게 배달해 드립
니다.”
웃겨 보려고 한번 해본 얘긴데, 별로 웃지 않으니, 좀 쑥스럽습니다. 항상 얼굴에는 미소, 마음에는 평화 가득한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이동하여 경축하는 날입니다.
잠시 조선 시대로 돌아가 우리 선조들의 박해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우리 천주교인들이 포도청에 끌려가 포졸들에게 고문을 겪고 문초를 당하고 있는 광경을 상상해보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어찌하여 임금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천주교를 믿는 거요? 그 천주교를 버리시오.” “나는 천주교가 참된 종교이므로 믿는 거요. 우리 종교는 하느님을 공경하라고 가르치고, 또 나를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해 주오. 그래서 나는 배교하기를 거부하오.”
“배교하지 않으면 곤장으로 때려죽이겠소.” “좋을 대로 하시오. 그러니 배교를 강요하지 마시오. 나는 결코 우리 하느님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이렇게 회유와 고문에도 배교하지 않고,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군문 효수형을 받고, 젊디 젊은 스물 여섯에 순교하신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누구시죠? 그렇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십니다.
또 1839년 6월 초하루 어떤 천주교인이 포도청에 투옥되어 포졸들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받으면서, 이렇게 문초를 당합니다. “너는 어째서 조선의 풍속을 따르지 않고 다른 나라의 도리를 행하는가?”
그러자 그 천주교인이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나라의 훌륭한 물건은 사람들이 모두 골라 사용합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유독 천주교는 다른 나라의 도리라고 말하면서 그 참되고 올바르며 훌륭한 것을 채택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까?”
이렇게 항변을 하자, 포졸들이 무수한 곤장을 치는데, 그 천주교인의 두 넓적다리와 살갗은 모두 벗겨져 떨어져나가고, 뼈가 드러나고 피는 용솟음쳐 땅으로 흘러 내렸습니다.
이런 끔찍한 형벌과 고문을 겪고, 그 천주교인은 1839년 8월 14일 서소문 형장으로 끌려 가는데, 수레 위에 매달려 서서 흔쾌히 웃으며 즐거워할 따름이었습니다.
이렇게 마흔 네에 처형되어 순교하신 분이 누구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정하상 바오로 성인이십니다.
이렇게 조선 시대에 우리 선조들은 100여 년 동안 혹독한 박해와 모진 고문을 겪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끝내 배교를 하지 않았습니다. 103위 성인, 윤지충과 동료 123위 복자 등 1만 여명이나 처형을 당하면서도 우리 선조들은 자신의 신앙을 저버리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그럼,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자신의 고귀한 목숨을 바쳐 가면서 까지 자신의 신앙을 증언할 수 있었습니까?
오늘 제2독서의 말씀대로, 우리 순교자들은 모진 박해를 당하고 순교를 하면서도, 이런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감히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환난과 역경, 굶주림과 헐벗음, 위험과 칼, 이 모든 역경을 순교자들은 자신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의탁하고, 하느님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박해와 순교를 이겨 내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씀대로, 우리 순교자들은 강건한 믿음을 갖고, 의인들처럼 죽음과 같은 고난과 파멸을 겪으면서도 평화를 잃지 않았습니다. 형벌을 받았지만, 의인들처럼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용광로 속의 금처럼 시련을 겪었지만, 순교자들은 하느님을 신뢰하고, 하느님의 진리를 추구하면서 하느님과 함께 사랑 속에 생활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우리 순교자들은 활기찬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고, 참된 사랑으로 고난과 죽음을 극복하고, 한결 같은 희망으로 영원히 시들지 않는 영광의 월계관을 차지하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형제자매 여러분, 순교자들처럼 우리도 강건한 믿음을 갖고, 하느님을 모든 것에 앞서서 흠숭 하고, 하느님을 잘 섬겨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대로, 순교자들을 본받아 우리도 날마다 각자의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자신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헌신과 희생을 감수 인내하고, 삶의 고통을 함께 극복하고자 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순교자들이 양반과 천민이라는 신분 사회에서 ‘하느님 안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희망을 갖고 실천한 것처럼 우리도 여성, 어린이, 장애인들,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 없이 대하고, 그들의 권익을 위해 힘써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순교자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형제 자매로 가족처럼 생활한 것처럼 우리도 사랑으로 가진 바를 서로 나누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야 하지 않았습니까?
잠시 기도하겠습니다.
“하느님, 저희에게 순교자들처럼 불 타오르는 믿음을 심어 주시고, 그 믿음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굳센 힘을 주시어, 저희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삶의 고통과 죽음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은총을 허락해 주소서. 아멘.” (2025.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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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노님의 댓글
루치아노 작성일아멘

실비아님의 댓글
실비아 작성일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