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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죄, 복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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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찬일안드레아
댓글 0건 조회 156회 작성일 25-05-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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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일 이사43,16-21; 필리3,8-14; 요한8,1-11

 

           나의 죄, 복된 탓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었는데, 그동안 탄핵 반대와 찬성이 있었지만 헌법 재판소의 결정이 있는 날, 우려가 기우가 될 만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역시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고, 우리나라 사람은 민주주의자라는 사실을 재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적 혼란이 화해와 화합으로 하루속히 극복하여 보다 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우리 나라가 되기를 계속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돌을 던져 죽이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불륜을 같이 저지른 남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만큼 남자가 불륜을 저지르면 로맨스이고 여자가 저지르면 단죄하던 시대에,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뭐라 말씀하셨습니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어찌 하였습니까? 나이 많은 사람들부터 하나씩 떠나가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십니다.

 

   여인아,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형제자매 여러분,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처럼 가족과 이웃의 잘못에 대해서는 비난과 질책, 단죄와 심판을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조차하지 못하고, ‘내로남불하고 있지 않은지 성찰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예수님처럼 자비심을 갖고, 나에게 잘못한 가족과 이웃을 원망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용서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나의 용서로 나에게 잘못한 가족과 이웃이 죄책감과 수치심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할 때, 미국의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의 소주홍 글자의 내용을 상기해보는데, 그 내용을 잠시 묵상해보겠습니까?

   주홍 글자 A, 영어 ‘Adultery, 간음의 첫 자입니다. 17세기 보스턴의 청교도 사회는 간음한 여인에게 금빛 실로 정교하게 수 놓은 글자 A가 새겨진 빨간 천 조각을 죽을 때까지 가슴에 달고 다니도록 하였습니다.


   주인공 헤스터는 목사 딤스데일과의 불륜을 저지름으로써 이 수치의 표식을 가슴에 달게 되는데, 동네 사람들이 이 수치의 표식을 응시할 때마다 끔찍한 고통을 겪습니다. 하지만 헤스터는 자신에게 수치를 준 동네를 떠나지 않고, 근처 작은 초가집을 얻어 바느질하면서 사생아 딸을 위해 약간의 지출을 하고, 남은 모든 재산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면서 생활을 합니다.


   7년 뒤, 역병이 발생할 때 헤스터는 동네 사람들을 위해 더욱더 헌신적으로 봉사합니다. 이로써 죄의 표상이던 그녀의 집은 환자들이 거처하는 병실이 되고, 임종하는 이들에게 주홍 글자를 단 그녀의 가슴은 따듯한 베개가 되어줍니다.


   이렇게 해서 주홍 글자 A는 이제 죄와 수치의 표시가 아니라, 그녀가 행한 많은 선행의 표시가 됨으로써, 수녀의 가슴에 달린 십자가처럼 천사, ‘Angel’‘A’가 되지 않습니까?


   반면에 딤스데일은 한순간 헤스터와 사랑을 나눈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 못한 채 죄책감과 고통을 겪고 있자 헤스터는 그에게 말합니다.


   하느님은 자비를 보여 줄 거예요. 당신이 그 자비를 사용할 힘만 가지고 있다면 말이에요.” “과거는 돌아보지 말아요. 과거는 지나갔어요. , 리가 지금도 과거에 머물러 있어야 하죠? 보세요. 이 상징을 떼어서 없었던 것으로 만들 거예요.”


   이렇게 헤스터는 헌신적인 삶을 통해 자신의 주홍 글자는 더 이상 세상의 경멸과 비난을 받는 낙인이 아니라, 오히려 죄를 짓고 상처받고 부당한 취급을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줍니다. 헤스터 또한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로 사회로부터 버림받지만 자신의 죄를 통해서 사회를 위해 헌신함으로써 성녀가 되지 않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이렇듯 인간의 죄란, 아오스딩 성인이 고백하듯이 의 죄는 복된 탓일 뿐입니다. 비록 내가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나의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고 보속한다면, 그 죄를 통해 내가 구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죄로부터의 해방과 자유, 이것이 바로 고해성사를 통해서 나에게 선사 되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따라서 나의 죄를 성찰하고 뉘우치고, 다시 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죄를 고백하고 보속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죄를 용서받고 죄로부터 해방되어 보다 더 의로운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가 빚어 만든 백성, 내가 선택한 나의 백성에게 새 일을 하려 한다.”


   따라서 과거에 내가 저지른 잘못을 되새김하면서 연연해하지 말고, 느님께서 장차 나를 통해서 의로운 일들을 하실 수 있도록 나의 행위를, 나의 몸과 마음을 보다 더 새롭게 해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서전 희망’(가톨릭 출판사)을 읽고 있는데, 교황님의 조부모와 아버지는 1927년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셨습니다. 이민자들의 생활, 얼마나 고달팠겠습니까? 교황님이 어렸을 때 함께 살던 동네에, 생계를 위해서 몸을 파는 자매 둘이 있었을 만, 얼마나 배고팠겠습니까?


   세월이 흘러 교황님이 부에노스아리에스 대교구의 보좌 주교가 되었을 때, 그 자매 중 동생이 뜻밖에 연락이 와 그녀를 만났는데, 그때 그녀가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요양원에 계신 외로운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어요. 목욕도 도와드리고요. 지난날 내 몸으로 온갖 잘못을 저질렀지만, 이제는 세상이 외면한 사람들의 몸을 정성껏 돌보는 일에 내 인생을 바치고 싶어.”


   어떻습니까? 하느님으로부터 과거의 잘못을 용서받고 그 죄로부터 해방되어 얼마나 좋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 이것이 우리가 나에게 잘못한 가족과 이웃을 용서해주어야 할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사도 바오로는 회심하기 전에는 그리스도를 박해하였지만, 오늘 제2서에서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하늘로 부르시어 주시는 상을 얻으려고 그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형제자매 여러분, 사도 바오로처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강건히 하여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을 지니고, 어떻게든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에 이를 수 있도록 보다 더 올바르게 생활해야 하겠습니다.(202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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