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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냐? 자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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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찬일안드레아
댓글 0건 조회 142회 작성일 25-05-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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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 탈출 3, 1-8ㄱㄷ.13-15;1코린 10,1-6.10-12; 루카13,1-9

 

        정의냐? 자비냐?

 

   지난 주간에 꽃샘 추위와 바람이 있었고, 며칠 전 춘분이 지났으니, 제 곧 봄이 오지 않겠습니까? 봄 맞이 준비를 하면서 책장에서 류시화 시을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 봉오리를 열어 자신의 봄이 되려고 하는 /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을 필 것이다.”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어떤 시련이 꽃샘추위와 바람처럼 나를 흔들고 있다면, 이제 곧 내 삶의 꽃이 활짝 피어나지 않겠습니까?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라이너 군체) “꽃은 피어도 죽고 피지 않아도 죽는다. 어차피 죽을 것이면 죽을 힘 다해 끝까지 피었다 죽으리”(‘꽃의 결심’, 류시화)


   형제자매 여러분,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소유했던 것들과 기억들을 두고 갑니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 사랑만이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별의 먼지, 랭 리아브, 오서재)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좀더 사랑하고 가족과 이웃을 더욱 더 사랑하면서 생활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께 찾아와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을 알렸는데, 그 당시 이런 끔찍한 사건이 왜, 일어난 걸까요?


   기원전 63, 로마 제국이 이스라엘을 식민지화한 이후, 유다인들은 로마 제국의 통치를 받아드리고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은 하느님께 불충한 행위로 여겼습니다. 이런 종교적인 이유로 갈릴래아 출신, ‘젤로데라고 불리던 열혈당원들이 로마 제국에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빌라도가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처형을 했던 것입니다.


   이 얼마나 참혹한 사건입니까? 이 사건에 대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열혈당원들, 얼마나 애국자입니까? 그런데, 이런 열혈당원들이 선민 사상에 심취되어 민족주의를 앞세워 다른 민족을 이방인으로 배척하고 억압하였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로마 제국에 협력하여 가난한 동족을 착취하였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등 종교 지도자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동족을 죄인 취급을 하고 상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로마 제국보다 더 큰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정치 종교 지도자들의 억압과 착취, 차별과 혐오를 지적하시면서 그들에게 회개를 촉구하셨고, 회개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하셨던 것입니다.


   그 당시 유다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 순례하기 전에 실로암 못으로 가서 정결 예식을 행하였는데, 어느 날 실로암의 회랑, 탑이 무너져 사람들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런 참혹한 사고가 왜, 일어났을까요? 부실공사, 안전불감증, 이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었습니까?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까?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사회 경제 지도자들의 죄악, 탐욕, 부실공사와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시면서 그들에게 회개를 촉구하셨고, 회개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하지 않으셨습니까?


   작금에 세계 정세, 어떻습니까? 무역 전쟁,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과의 전쟁, 각국의 명분은 있지만 얼마나 많은 가난하고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까? , 그들은 평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입니까?


   또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정치 종교 지도자, 사회 경제 지도자들, 가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렇습니까? 그들은 왜, 화해와 통합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다른 한편, 우리는 열혈당원처럼 자신의 이념과 사상과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여 그들에게 언어적 폭력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정치 종교 사회 지도자들의 잘못된 말에 현혹되어 있지 않습니까?


   또한 매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고와 사건을 접하면서 그런 사태가 일어난 데에 대해 나에게 일말의 책임은 없지 않은지 반성해보고, 법을 좀 더 잘 준수하고자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남의 탓만 하기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불행한 사건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어떤 포도밭 주인이 삼 년째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잘라버리고자 했던 처사, 마땅하지 않습니까? 이것이 정의입니다. 그러나 또다른 한편, 재배인은 그런 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한 해 더 유보 시켜보자고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이 얼마나 큰 자비입니까?


   이렇게 정의냐? 자비냐?’ 갈등과 대립이 있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감사송을 통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선으로 창조하시고 정의로 책벌하셨으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비로 구원하셨습니다.”


   따라서 형제자매 여러분, 어떤 사람이 잘못을 했다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반드시 책벌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의입니다. 또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잘못한 사람이 회개하고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해주고, 회개한다면 자비로이 용서해주고자 해야 하지 않습니까?


   어느 날 한 철학자가 자신의 세 제자들을 잡초가 무성한 땅으로 데려가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 땅에 있는 잡초들을 없애려면 무슨 방법을 써야 하겠는가?” 이렇게 묻고서 철학자는 그 땅을 셋으로 나눠서 제자들 각자가 생각해낸 방법대로 잡초를 없애고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만일 내가 그 철학자의 제자였다면, 나는 어떻게 잡초를 제거하려 했겠습니까?


   첫번째 제자는 불을 질러서 잡초를 태워버렸습니다. 두 번째 제자는 농약을 써서 잡초를 없앴고, 세 번째 제자는 낫을 써서 잡초를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잡초들이 다시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결국 제자들은 실망한 채 잡초 밭을 떠나 돌아 왔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철학자가 다시 제자들을 데리고 그 잡초 밭으로 갔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잡초만 무성하던 땅이 어느새 푸른 보리밭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제자들이 깜짝 놀라자 철학자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잡초를 없애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쓸모 있는 작물을 심는 것이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럼, 나의 생활 속에서 반복해서 드러나고 있는 나쁜 습성,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없애야 하겠습니까? 절망과 미움과 불신을 제거해야 하겠지만, 동시에 희망과 사랑과 믿음을 나의 몸과 마음 안에 심고 가꾸어 합니다.


   우리나라가 하느님의 나라처럼 평화로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지 않은 국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애써 왔습니까? 그 결과, 나름 잘 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습니까? 더욱 더 함께 잘 사는, 좋은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가 불의, 혐오와 증오를 제거해야 하겠지만, 동시에 정의와 자비를 우리 사회 안에 심고 잘 가꾸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2025.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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