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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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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눈을 갖고 싶거든 남의 좋은 점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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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찬일안드레아
댓글 0건 조회 137회 작성일 25-05-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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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8주일  집회 27, 4- 7;1코린15,54-58;루카6,39-45


예쁜 눈을 갖고 싶거든 남의 좋은 점을 보아라.

 

   3월은 성 요셉 성월이고, 오는 5재의 수요일로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사순절 첫날에 왜,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거행합니까?


   요나 예언자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가 무너진다고 하자, 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자루 옷을 걸친 다음 잿더미 위에 앉습니다.(요나 3, 5-6)

   이렇게 는 회개, 참회, 속죄의 표징입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는 또한 인간의 유한성, 죽음의 표징입니다.

   따라서 형제자매 여러분,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에 참례하여 회개,

, 속죄의 생활을 다짐하고, 사순절 동안 기도, 단식과 금육, 자선 활동을 하면서 주님의 부활절을 잘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올해 재의 수요일은 때마침 경칩(驚蟄)’입니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도 놀라 깨어난다는 절기인데, 이제 날씨가 따뜻해져 삼라만상이 깨어나듯이 사순절은 잠자고 있는 나의 신앙에서 깨어나야 할 때입니다.


   구상 시인이 쓴, 다음과 같은 시가 있는데, 잠시 묵상해 보시겠습니까?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닫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사람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偶吟, ‘우연히 읊은 시’ 2)


   그렇습니다. 시인의 말대로, 사순절 동안 내가 만들어 놓은 편견과 아집 속에 닫혀 있지는 않은지, 탐욕과 교만에 매여 있거나, 과거의 상처에 묶여 생활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반성해보고, 이 같은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다 더 보람되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겠습니다.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 속에 닫힌 새끼가 그 연약한 부리로 껍질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혼자의 힘만으로는 두꺼운 껍질을 깰 수는 없습니다. 어미 새가 동시에 밖에서 쪼아 주어야만 합니다.

   이렇게 새끼가 쪼는 과 어미가 쪼는 이 만나야 병아리가 태어나듯이 우리의 신앙 역시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은총 없이 어떻게 나의 신앙을 정화하고 쇄신시켜 나갈 수 있겠습니까?


   사순절, 그럼, 사순은 무슨 뜻일까요? 사순(四旬)은 넉 () 자와, () , 사십이라는 뜻입니다.


   창세기를 보면 노아 때 땅에 40일 동안 홍수가 계속되었습니다.(창세 7,17) 또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십계판을 받기 위해서 밤낮으로 40일을 그 산에서 지냈고(탈출 24,18), 엘리야는 하느님의 계시를 받기 위해 밤낮으 40일을 걸어서 호렙 산에 이르렀습니다.(1열왕 19, 8)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하시기 직전에 광야에서 40일간 피정을 하셨고, 부활하신 후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40일간 머물다 승천하질 않으셨습니까?(사도 1,2-3)

   이렇듯 성경에 나오는 ‘40’일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정화의 기간입니다.


   따라서 형제자매 여러분, 사순절 동안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하느님과 함께 나의 신앙을 정화하고 쇄신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 집회서 저자는 뭐라 말씀하였습니까?

   사람은 말로 평가됩니다. 사람의 허물은 그의 말에서 드러나고, 사람의 말은 마음속 생각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럼, 나의 말씨, 요즘 어떻습니까?


   며칠 전에 김 숨 작가가 쓴 무지개의 눈’(민음사)을 읽었는데, 이 책은, 작가가 시각 장애인 5명과 인터뷰한 후 창작한 소설입니다.


   이 책 첫 장에서 선천성 시각장애인 전주연 씨가 첫 딸을 낳은 날, 호사가 아기를 안겨주며 말합니다.

   공주님이에요, 아기가 엄마를 바라보며 웃고 있네요.”

   그녀는 딸을 자신의 품에 안고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한껏 뜨려 애쓰며 혼잣말로 아기에게 말합니다.

   내가 엄마야. 나도 보고 싶어. 무슨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고 있어? 웃음 소리를 들려줘서 고마워. 엄마 얼굴 기억해야 해. 엄마 목소리 꼭 기억해야 해.”


   또 미숙아 망막병증으로 선천성 저시력에서 전맹이 된 이진석 씨는 서른 살 되던 해에 눈이 먼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 교사가 되어 수업 첫날,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나도 너희와 같단다. 그래서 너희의 모습을 보지 못한단다. 내게 너희 목소리를 들려 주겠니? 우리 서로의 목소리를 기억하기로 하자.”

 

   시각 장애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부족해서 눈이 먼 게 아니에요. 내가 죄를 지어서 눈이 먼 게 아니에요. 나는 눈을 감고 바라봐요. 어느 날 듣는 게 보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렇게 시각 장애인들은 보지는 못하지만 소리를 들음으로써 그 존재를 알아보고 기억하지 않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따라서 시각장애인처럼 나의 가족과 이웃도 나의 말을 듣고 나의 인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의 말을 보다 더 올바르게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눈을 잠시 감아 보시겠습니까? 무엇이 보입니까? 누가 보입니까? 눈을 뜨십시오. 이렇게 누군가를,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합니까?

 

   소설에 나오는 또다른, 시각 장애인 김준협 씨는 친구와 이런 말을 주고 받습니다.

   빛은 원래 볼 수 없는 거래. 우리는 빛을 보는 게 아니라 빛 속에 있

는 걸 보는 거래. 빛 속에 있는 꽃, 나무, , 물고기 / 물고기? / 물속에도 빛이 있대. 바다처럼 깊은 물 속에도. / , 그래서 물고기한테도 눈이 있는 거구나.”


   앞서 얘기해 드린, 시각장애인 전주연 씨는 그 이후 둘째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여덟 살이 되던 해에 그녀와 이런 대화를 합니다.

   엄마한테 눈동자 하나를 주고 싶어. 그러지 마. / 주고 싶어. 그럴 수 없어. / 주고 싶어. 그래선 안 돼.”


   형제자매 여러분, 생전에는 사랑하는 이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나의 눈, 얼마나 소중합니까? “나의 얼굴을 보고 싶고, 가족의 얼굴을 가장 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시각 장애인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의 두 눈을 갖고 무엇을 보고, 누구를 보고 있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

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정읍 내장사로 들어가는 작은 옆 문에 다음과 같은 글이 걸려 있습니다.

   예쁜 눈을 갖고 싶거든 남의 좋은 점을 보아라.”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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