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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고(慈仁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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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당사무실
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6-09-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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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요엘2,22-24.26ㄱㄴㄷ; 묵시14,13-16 ; 루카12,15-21

 

                 자인고(慈仁考)

 

   Merry 추석(秋夕)! 즐거운 추석 날입니다. Happy 추석! 행복한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한가위를 맞이하여 올 한해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고, 이 세상을 떠나신 우리 조상님과 부모님, 형제자매, 친인척들의 은덕을 기억하면서 합동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 한해 우리가 땀 흘려 수확한 결실을 차례를 지내고 음복(飮福)하듯이 가족과 이웃과 함께 서로 나눔으로써 가족과 이웃간의 사랑을 보다 돈독히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오늘 제2독서에서 천사는 이렇게 외칩니다.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그럼, 올 한 해 우리가 수확을 하고 있는 삶은 어떻습니까?

 

   오늘 복음을 보면, 땅에서 많는 소출을 거둔 사람은 그 수확을 어떻게 하였습니까? 그러자 하느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이렇게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의 종말은 무엇이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따라서 형제자매 여러분, “모든 탐욕을 경계하십시오.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어느 화려한 상여 행렬을 지나가는데, 그런데 상여 양쪽으로 죽은 이의 양손이 나와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 그 연유를 물어보았더니, 상주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의 아버지의 손입니다. 생전에 아버지께서는 재산을 모으느라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시고 입지도 못하셨는데, 죽을 때에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고 아시고는 저희 가족에게 이렇게 유언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애들아, 내가 죽거든 관의 양쪽에 구멍을 내고 손을 내놓아서 내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하여라.”

   그렇습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입니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베푼 자비와 선행은 하느님 나라에 가지고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느 구두쇠는 일 년에 딱 한 번 고기 한 마리를 사는데, 다른 아닌 제사상에 놓을 굴비였습니다. 그리고 제사를 지내고서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 숟가락 뜨고 굴비 한 번 보고, 또 밥 한 숟가락 뜨고 굴비를 보았습니다. 어쩌다 식구들이 두 번 이상 보면 이렇게 소리쳤다고 하죠? “얘야, 너무 짜겠구나. 물 좀 먹어라.”

 

   이렇게 ‘지독하게 절약하는 사람’, ‘지독하게 인색한 사람’을 예로부터 ‘자린고비’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조선 현종 때 조륵(趙勒 1649-1714)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얼마나 자린고비인가 하면, 쉬파리가 장독에 앉았다가 날아가자 파리 다리에 묻은 된장이 아깝다고 “저 장 도둑 놈 잡아라.”하고 외치며 수 십리 길을 파리를 쫓아갔다고 합니다.

 

   또 동네 사람이 조륵이 어찌나 보려고 생선 한 마리를 조륵의 집 마당으로 던졌더니, 그 생선을 보고서는 조륵이 “저 밥 도둑놈이 들어왔다.”고 법석을 떨면서 생선을 냉큼 집어 대문 밖으로 내던져 버리다는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철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조륵이 부채를 하나 장만했는데, 부채가 닳을까 봐 부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그 앞에서 가서 머리만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조륵의 이런 자린고비 행색이 마침내 조정에까지 알려졌습니다. 조정에서는 조륵의 행위가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판단하고는, 정확한 사실 여부를 알기 위해서 암행어사를 파견하였습니다.

 

   그래서 암행어사가 과객 차림으로 조륵의 집에 가서 며칠 묵었는데, 소문과는 달리 조륵이 식사 때마다 진수성찬에 술까지 내놓으며 대접하는 것이 아닙니까?

   암행어사라는 사실이 발각된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수소문해보니, 조륵이 환갑이 되는 해부터 누구에게나 후하게 대하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불러다가 돈도 주고 쌀도 주는 등 아주 딴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벌어진 환갑 잔칫날, 조륵은 전 재산을 어려운 동네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나는 나 혼자 잘 살려고 구두쇠 노릇을 한 게 아니오. 오늘 찾아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평생을 근검 절약하여 재산을 모았소. 환갑 날인 오늘 부로 내 일을 모두 끝내소이다.”

 

   조륵의 이런 선행을 암행어사가 임금에게 고하자, 임금은 조륵에게 벼슬(加資, 정3품 통정대부 이상의 품계를 올리는 일)을 하사하고 칭찬을 하였습니다.

   그 후부터 사람들은 조륵을 ‘자린고비(玼吝考妣)’가 아니라 ‘자인고(慈仁考)’라고 부르며 칭송하였는데요, 자인고는 자비와 인정이 가득한 아버지라

는 뜻입니다. 조륵이 죽자 마을 사람들이 그의 공덕을 가리기 위해서 자인고 비석을 세웠는데, 현재 충주 신니면 대화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조륵은 비록 구두쇠였지만 근검, 검소, 절약해서 모든 재산을 이웃 사랑과 선행에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추석은 ‘추수 하기에 앞서서 모두에게 쉴 틈을 주자’는 의미도 있다고 하는데, 옛날에 농촌에서 벼를 본격 수추하기 전에 어떻게 풍성한 음식을 마련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동네에서 좀 잘 사는 사람들이 제사 음식을 마련하여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동네 사람들을 모아 서로 나누어 먹음으로써 추수를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가족과 이웃이 함께 봉헌하고 있는 합동 위령 미사가 아니겠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혹시 우리 주변에 고향에 가지 못해서 쓸쓸하게 지내고 있는 이웃은 없지 않습니까? 송편 한 그릇 나눠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여러가지 이유로 갈라서 있는 나의 가족이 있다면, 서로 화해하고, 함께 우애를 나누면서 즐겁고 풍성한 추석을 지내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2026.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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