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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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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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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당동성당
댓글 1건 조회 23회 작성일 25-10-0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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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요엘 2,22-24.26ㄱㄴㄷ; 묵시 14,13-16;루카 12,15-21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추석을 맞이하여 올 한해 우리 가족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고, 이 세상을 떠나신 우리 조상님과 부모, 형제자매, 친인척의 은덕을 기리면서 가족과 이웃과 함께 기쁘고 즐거운 추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에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요? 조선의 문인 성현은 추석 보름달을 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는데,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사람의 마음은 달을 보며 근심도 있고 즐거움도 있지만, 달빛은 무심히도 밤마다 새롭기만 하네.”

 

   추석 연휴, 일상의 모든 근심 걱정, 잠시 내려 놓고, 밤마다 새롭기만 한 달빛처럼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나날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어느 호수가 나룻배에서 촛불을 켜놓고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그는 책을 덮고 촛불을 껐습니다. 그러자 그때까지 보이진 않았던 달이 환하게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달빛은 나룻배 안에 황홀하게 출렁거리고, 고요한 숲에는 달빛이 은은하게 물들고, 강물은 달빛을 담고 천천히 일렁였습니다. 그때 타고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이 아름다움은 일찍부터 나를 감싸고 있었구나. 그런데 촛불이 그 아름다움을 가로막고 있었어. 촛불의 빛 때문에 나는 미처 달빛을 볼 수 없었던 것이야.”

 

   이렇게 시인 타고르처럼 내가 켜놓은 촛불 때문에, 날마다 나를 환히 비추고 있는 달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의 불신과 절망, 움 때문에 아름다운 달빛, 하느님의 은총을 차단해서는 결코 안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제 2독서를 보면, 천사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그럼, 올 한 해 우리 삶의 수확은 어떻습니까? 어떤 사람은 많은 수확, 어떤 사람은 적게 수확을 걷고 있지 않겠습니까? 만일 수확은 커녕 어떤 이유에서든 삶의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다면 맹자의 다음 같은 말씀을 명심하면서 생활하면 어떻겠습니까?

 

   하느님께서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려 주려 할 적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그의 육체를 고달프게 합니다.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자신을 궁핍하게 하며, 그의 하는 일이 그가 하려는 일과 어긋나게 합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을 격동 시키고, 그의 성격을 참을 수 있도록 해 주어, 그가 할 수 없던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 입니다.”

 

   그렇습니다. 맹자의 말씀대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시련과 고통은, 느님께서 나에게 더 큰 은총을 주시려고, 큰 수확을 하기 위한 삶의 과정일 뿐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삶의 시련 앞에서 좌절하고 굴복하지 말고, 나의 고통을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잘 극복하고 삶의 좋은 수확, 하느님의 은총을 풍성히 거두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부요한 사람은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고, 그 수확을 어떻게 하려고 하였습니까? 그런데, 그에게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이렇게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의 종말은 무엇입니까?

 

   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주의하십시오. 모든 탐욕을 경계하십시오,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세상의 옷이나 음식, 재물 등은 부질없고 가치 없는 것이다. 옷이란 입으면 닳게 마련이고 음식은 먹으면 썩고 만다. 재물을 자손에게 전해준다해도 끝내 탕진되고 만다. 다만 몰락한 친척이나 가난한 벗에게 나누어 준다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무릇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베푸는 방법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베풀어버리면 도적에게 빼앗길 걱정이 없고, 불에 타버릴 걱정도 없고, 소나 말로 운반하는 수고도 없다. 그리하여 자기가 죽은 후 꽃다운 이름을 천년 뒤까지 남길수도 있다.”

 

   잠시 천상병(19301993) 시인이 쓴 소릉조(少陵調)―70년 추석에라는 시를 잠시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이 얼마나 가난한 추석입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렇게 추석은 풍성함의 상징인데, 그 풍성함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하지만 천상병 시인처럼 외롭고 가난하게 추석을 지내는 가족과 이웃이 있지 않습니까? 안부를 묻거나 식사에 초대해서 작은 기쁨이라도 함께 나누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2025.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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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노 작성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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