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小花)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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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민수 11,25-29;야고 5, 1-6; 마르 9,38-43.45.47-48
소화(小花)의 영성
오늘 우리는 9월 ‘순교자 성월’ 마지막 주일을 지내고, 이번 주간에 10월 ‘묵주 기도 성월’을 맞이 하게 되는데, 10월 한달 동안 평일 미사 30분전에 교우들이 우리 본당 공동체를 위해 묵주의 기도를 함께 바치고자 하오니, 많은 참여바랍니다.
요즘 저는 김용택 시인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다음과 같은 동시를 읊조리고 있는데, 한번 감상해보겠습니까?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를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어떻습니까? 꽃처럼 나의 것을, 나의 시간과 건강, 재능을 가정과 교회, 사회를 위해 나누면서 10월을 지내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본당 ‘주보’(主保), ‘수호성인’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교회가 선사해준 세례명, 성인 성녀가 나를 수호해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같이 우리 본당 공동체를 보호해주는 성인이 계시는데, 아기 예수의 소화 데레사 성녀가 아니십니까? 그래서 제대 왼쪽에 성녀의 성상을 안치해 놓습니다.
오는 10월 첫날은 ‘아기 예수의 소화 데레사 동정 학자 축일’입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1873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1888년 15세에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 9년간의 수도 생활하다 1897년 스물 네 살의 나이로 선종하였습니다.
이렇게 짧은 삶을 살았지만, 소화 데레사는 이렇게 수도생활을 하였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는 영혼의 정원, 수도원, 교회에는 결백한 백합화나 화려한 장미꽃에 견줄 수 있는 큰 성인들이 있습니다. 또한 순박한 들국화나 작은 제비꽃처럼 작은 성인들도 있습니다. 나는 작은 꽃으로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대로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자 합니다.”
가톨릭 성가 292번, ‘성녀 소화 데레사’의 작사를 보면, 이렇습니다.
“위대한 사랑의 순교자 데레사여, 사랑의 길 찾아내신 소화여 / 첫째 기초 열렬한 사랑, 순결한 사랑 많이 많이 구하소서 / 우리 마음에 주 사랑의 산 절정에 달하신 데레사여, 네 작은 길로 우리들을 이끄소서.”
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사입니까? 성가 가사처럼, 데레사는 소화(小花), ‘작은 꽃’으로, 일상 생활 속에서 ‘위대한 사랑, 깊고 맑은 겸손, 완전한 신뢰, 용감한 희생’을 실천하고자 하였습니다.
소화 데레사의 이런 영성 생활을 ‘작은 길’, ‘영적 어린이의 길’이라고 일컫는데, 그럼, 지금부터 ‘영적 어린이의 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합니다.
첫째 ‘사랑의 길’입니다. 하느님은 내가 훌륭하거나 착하기 때문에, 어떤 조건을 따져서 나를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오히려 하느님은 내가 부족하고 나약 하거나, 죄 중 있을 때, 나를 더 사랑해 주십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에 내가 사랑으로 자유롭게 응답하는 생활, 이것이 바로 ‘사랑의 길’입니다.
소화 데레사는 생전에 바이올렛(violet), 오랑캐꽃, 제비꽃을 좋아했는데, 그 꽃말은 겸손입니다. 산속에서, 땅에서 낮고 작게 피는 제비꽃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영적 어린이의 둘째 길’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 나의 생명까지도 하느님으로부터 선사 받았고, 내가 행하고 있는 선행, 공로, 나의 이런 애덕 실천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께 되돌려드리는 생활, 이것이 ‘겸손의 길’입니다.
‘영적 어린이의 셋째 길은 ‘신뢰’입니다. 신뢰는 하느님을 자비로운 사랑 가득한 아버지로 인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비록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라 할지라도, 그것은 하느님의 자비 앞에서는 타오르는 불 속에 던져진 한 방울의 물과 같이”, 하느님께서는 내가 회개하면 나의 잘못을 용서해주신다고 굳게 믿고 전적으로 하느님께 의탁하는 생활이 ‘신뢰의 길’입니다.(‘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 1-12, 윤주현, 가톨릭 평화신문 참조)
우리 본당 유치원의 이름이 뭐죠? ‘근화’(菫花) 유치원이죠? 그런데, 1953년에 유치원을 설립한 신원식 신부님은 왜, ‘소화’라 하지 않고 근화로 명명했을까요?
소화가 일본 연호인 ‘쇼와’(昭和)와 발음이 비슷해서 유치원 이름을 근화로 정했고, 근화의 의미에 대해 우리 본당 제10대 분원장(1981-1984) 박상순 수녀님이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우리의 이름 ‘근화’는 오랑캐 꽃입니다. 그 작은 꽃과 같이 우리는 큰 가지, 큰 꽃 사이에 숨어서, 그늘에서 그 빛을 발하여야 합니다. 밝은 데에서 발하는 빛보다 어두운 그늘에서 발하는 빛이 더 찬란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잡초 속에 아름답게 피는 오랑캐 꽃과 같이 우리는 정의로움을 힘차게 밀고 나가는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근화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약한 사람을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고 정의롭게 생활하다 보면 겪게 되는 희생을 용감하게 감수하는 생활, 이것이 ‘영적 어린이의 넷째 길, ‘용감한 희생’입니다.
지금까지 소화 데레사 성녀가 실천했던 ‘영적인 어린이의 길’에 대해 짧게나마 알아보았는데, 어떻습니까? ‘깊고 맑은 겸손, 완전한 신뢰, 위대한 사랑, 용감한 희생’의 삶, 10월 한달 묵주의 기도를 바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성실히 실천해 나가도록 합시다. (2024.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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