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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찬일안드레아
댓글 0건 조회 115회 작성일 25-05-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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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요엘 2,22-24.26ㄱㄴㄷ;묵시14,13-16;루카12,15-21

 

                    그래도

 

   오늘 한가위를 맞이하여 우리에게 비옥한 땅을 주시어 올 한해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고, 이 세상을 떠나신 조상님과 부모님, 형제자매, 친인척들의 은덕을 기억하고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계시라 믿으면서 합동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낸 후 음복(飮福)하듯이 올 한해 우리가 땀 흘려 수확한 결실을 서로 나눔으로써 가족과 이웃간의 사랑을 보다 돈독히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2독서를 보면, 천사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그렇다면 올 한 해 우리 삶의 수확은 어떻습니까?


   어떤 사람은 많은 수확을, 또 어떤 사람은 적게 수확을 거둘 것입니다. 더욱이 어떤 사람은, 수확은 커녕 학업과 취업 실패, 실직, 병환 등으로 삶의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이유에서든 성과없이 삶의 시련을 겪고 있다면, 오늘 제1독서, 요엘 예언자의 말씀을 명심하면서 생활하겠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 정의에 따라 가을비와 봄비를 내려 주셔서 광야의 풀밭이 푸르고,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듯이 우리의 삶을 보다 더 풍요롭게 해주실 것입니다.”


   어떤 과실 나무든 그 나무의 목적은 좋고 많은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해는, 나무가 갑자기 열매 맺기를 포기해버립니다. 병충해를 입은 것도, 토양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꽃도 제대로 안 피우고 열매 맺는 것도 영 신통치가 않습니다.

   이렇게 나무가 열매 맺기를 거부하는 것을 일컬어 해거리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열매를 맺지 않고 해를 거른다는 뜻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열매 하나를 맺는 데에는 최소한 수십 개의 잎사귀에 해당하는 영양분이 필요한 데, 여러 해에 걸쳐 열매를 맺는 데만 온 힘을 쏟으면 그 나무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나무는 스스로 해거리를 하면서 물과 영양분을 과도하게 옮기느라 망가져 버린 기관들을 추스르고, 헐거워진 뿌리를 단단히 엮으며, 말라 비틀어진 가지들을 곧추세웁니다.


   이것이 나무의 휴식입니다. 쉴 때는 옆 나무가 열매를 맺건 말건 개의치 않고 정말 확실하게 쉬기만 합니다. 그리고 일 년간의 휴식이 끝난 다음 해에 나누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종영 참조)


   이렇게 나무처럼 실직해서 쉬고 있다면, 삶의 해거리를 하고 있다고 여기십시오. 재수를 하고 있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삶의 해거리라고 여기십시오. 병환과 노환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면 삶의 해거리를 하고 있다고 여기십시오.


   그렇습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시련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더 큰 은총을 주시려는, 큰 수확을 얻기 위한 삶의 과정일 뿐입니다. 따라서 시련 앞에서 좌절하고 굴복할 것이 아니라, 좀더 성실하고 정직하게 생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반면에 올 한해 우리가 삶의 좋은 결실, 만족할 만큼의 수확을 거두고 있다면, 오늘 복음 말씀을 명심하면서 생활해야 하겠습니다.


   땅에서 많는 소출을 거둔, 어떤 부유한 사람은 그 수확을 어떻게 하였습니까? 그러자 하느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 하질 않으셨습니까?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이렇게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의 종말은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므로 오늘 예수님의 말씀대로, “든 탐욕을 경계하십시오.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구약의 토빗은 죽기 전에 그의 아들 토비야에게 이렇게 유언을 합니다.


   누구든 가난한 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라. 그래야 하느님께서도 너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않으실 것이다. 네가 가진 만큼, 많으면 많은 대로 자선을 베풀어라. 네가 가진 것이적으면 적은 대로 자선을 베풀기를 두려워하지 마라.”(토빗 4, 7-8)  


   제가 좋아하는, 미국의 겐트 M. 키스가 쓴 시를 잠시 묵상해 보시겠습니까?


   사람들은 비합리적, 비논리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다. 그래도 그들을 사랑하라. 당신이 선을 행하려면 사람들은 이지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고 비난할 거다. 그래도 선을 행하라.

   당신이 오늘 행한 좋은 일은 내일이면 잊힐 거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하. 정직과 솔직함 때문에 당신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솔직하고 정직하라.

   사람들은 약자를 아끼지만 강자 만을 따른다. 그래도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워라. 당신이 몇 년 동안 쌓아온 것이 하룻밤에 무너질 수도 있다. 래도 무언가를 쌓으라.

   사람들은 정말로 도움을 원하나 막상 도와주면 공격할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을 도와라. 당신이 가진 최고를 주더라도 세상의 욕을 먹을 수 있다. 그래도 당신이 가진 최고를 세상에 주라.” (2024.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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