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천주를 보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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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지혜 3, 1- 9;로마 8,31ㄴ-39;루카 9,23-26
너는 천주를 보았느냐?
9월 순교자 성월을 지내면서 어제 순교자의 밤을 거행하였는데, 참으로 아름답고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예수 성심상 앞에서 성체를 현시하고, 촛불을 밝히고 우리나라 103위 순교 성인 호칭 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103위 순교 성인 가운데, 문득 ‘남성이 많을까? 여성이 많을까?’ 궁금해서 알아보았더니, 남성은 56명, 여성은 47명입니다. 그럼, 순교 성인 중 혈연 관계는 얼마나 될까요?
예를 들어 성 김대건의 부친은 성 김제준(이냐시오), 성 정하상(바오로)와 동생 성녀 정정혜(엘리사벳)의 모친은 성녀 유소사(체칠리아)입니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 부부, 형제, 남매, 친인척 등 18세대, 45명이 가족관계입니다.
성직자는 몇 명이나 되었을까요?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 앵베르(라우렌시오) 주교와 김 대건 신부 등 11명이고, 평신도 92명은 양반 출신부터 관리, 중인, 상인, 군인, 궁녀 등 신분과 직업은 다양합니다.
최연소 성인은 누구일까요? 유대철(베드로)로 14세, 최고령자 성인은 유소사(체칠리아)로 78세입니다. 연령별로는 10대 4명, 20대 20명, 30대 19명, 40대 30명, 50대 23명, 60대 4명, 70대 3명인데, 청소년 청년이 무려 43명이나 되어서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순교 성인 가운데 청년 1명에 대해 말씀을 드릴 테니까, 그 성인은 과연 누구인지? 한번 알아 맞춰 보시겠습니까?
그녀의 나이는 22살입니다. 1839년 4월 11일, 그 청년은 함께 살고 있던 교우들과 관청에 찾아가 자수를 하는데, 다음은 옥중에서 그녀가 문초하는 포졸과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천주교를 버리고 너의 목숨을 구해라.”
“죽어도 천주를 절대로 배교할 수 없소이다. 나에게 배교를 권하는 것은 헛되이 시간을 보낼 뿐이외다. 내가 관청에 몸을 스스로 내던진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증명하고자 함이었소이다. 당신이야말로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외다. 진정한 천주교인은 천주를 위하여 살고 그분을 위하여 죽은 것이외다. 만일 국법에 의하여 죽을 죄라고 말씀하신다면 즐거이 죽겠소이다. 그러나 교회를 버릴 수는 결단코 없소이다.”
“너는 천주를 보았느냐?”
“시골 사람들이 나라의 임금님을 보지 못하였다고 임금님이 계신 것을 의심하지 않지 않소? 나라의 일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 임금님이 계심을 믿을 수 있듯이, 천지 만물을 보고 이것들을 만드신 창조주 임금님이신 천주님이 계심을 믿는 것이외다.”
이렇게 청년은 3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면서 포졸들의 혹독한 문초와 형벌을 받았지만, 옥중에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판 돈으로 먹을 것을 구하여 함께 갇혀 있던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등 사랑과 신앙을 증거하다가, 마침내 7월 20일 다른 교우들과 함께 서소문 밖에서 참수되어 순교합니다.
그럼, 그 청년은 누가일까요? 그녀는 성녀 김 누시아 루치아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조선 왕조는 천주교회를 1백여년에 걸쳐 박해를 하였습니다. 그 당시 조선 교회 신자 수는 약 2만 5000여 명이 있었는데, 순교자 1만여명 가운데 이름이 밝혀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순교자는 대략 1천800명 정도이고, 나머지 8천여명은 이름도 성도 나이도 모르는 무명의 순교자들입니다,
103위 순교 성인과 124위 순교 복자, 그리고 가경자 최 양업 토마스 신부를 비롯하여 하느님의 종 이 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231위의 시복 시성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무명 순교자는 어디에서 어떻게 순교했는지 모릅니다. 하느님의 신앙을 고백하기 위해서 자신 고귀한 목숨을 기꺼이 내놓은 순교자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가장 비참하게 죽음을 당하였습니다.
103위 성인 순교 형태를 보면, ‘참수’(60명), ‘군문 효수’(16명), ‘교수’(15명), ‘옥사’(9명), ‘장사’(3명) 입니다. 이렇게 한양에서 순교한 성인 대부분은 시신을 내보내던 시구문, 서소문 밖이나, 광희문을 통해 신당리 공동묘지에 버려졌습니다.
옛날 양화진 나루터에 한강을 향해 불쑥 튀어나온 봉우리가 있었는데, 이 봉우리를 ‘누에머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잠두봉’, ‘용머리 같다’ 하여 ‘용두봉’이라고 불렀다가, 지금으로부터 160여 년 전에 그 봉우리 정상에서 칼로 천주교인들의 목을 쳐서 그 시신을 강물에 던져 버렸다고 하여 ‘절두산’이라고 명명하지 않았습니까?
작년에 우리 본당에 성지 순례를 다녀온 해미에서는 충청도 각지에서 끌려온 천주교인을 빠르게 처형하기 위해 깊은 구덩이를 파고 한꺼번에 생매장하거나, 교우들의 팔을 묶어 진둠벙이라는 웅덩이에 산채로 수장 시켰습니다. 또는 너른 바위에 자리개질하듯 메다꽂아 머리를 박살 내 죽었고, 여러 명을 눕혀놓고 돌기둥을 떨어뜨려 한꺼번에 죽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20세기 들어 발굴한 무명 순교자들의 무덤에서는 머리가 없는 유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참수된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머리가 으깨져 죽임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죽임을 당한 해미의 무명 순교자가 1천여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어떻게 그 모진 박해를 견디어내고, 자신의 고귀한 목숨을 내어놓고 순교를 할 수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신망애(信望愛)였습니다. 하느님의 신앙과 하느님에 대한 희망과 하느님을 위한 사랑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순교자들의 후예로서 우리도 신앙과 희망과 사랑을 갖고 생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느님 아버지, 저희 순교자들에게 강한 믿음과 용덕의 은혜를 베푸시어 순교로 주님을 증거하게 하시고, 복음 선포의 열정을 주시어 주님을 현양하게 하셨나이다.
자애로우신 주님, 간절히 청하오니, 후손인 저희들이 순교자들을 본받아 신앙을 굳건히 지키고,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은총 내려 주소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한국의 모든 성인 성녀와 복자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2026.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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