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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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지혜12,13.16-19;로마 8,26-27마태13,24-43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우리 본당 성모상과 예수 성심상 둘레 정원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지난 봄에 어떤 교우는 나무
를 전지하고, 어떤 교우는 잡초를 제거하고, 어떤교우는 꽃을 심고 가꾸었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저는 연꽃 뿌리 몇 송이를 항아리와 화분에 심고 정원 주변에 놓아두면서 15세기의 인도 시
인 까르비의 시를 이렇게 암송해 보았습니다.
“꽃을 보러 정원으로 가지 마라. 그대 몸 안에 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다. 거기 연꽃 한 송이가 수
천 개의 꽃잎을 안고 있다. 그 수천 개의 꽃잎위에 앉으라. 수천 개의 그 꽃잎 위에 앉아서 정원 안팎
으로 가득 피어 있는 아름다움을 보라.”
어떻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의 몸과 마음 안에도 아름다운 연꽃이 활짝 피기를 희망하면
서 기도합니다.
지난 주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사람처럼 우리의 마음 안에 하느님의 말씀을 뿌려 주셨
는데, 어떻습니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고 실천하면서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고
있습니까?
우리 마음의 정원을 살펴보고,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처럼 그릇되고 나쁜 마음이 있으면 정원사처
럼 속아내면서 바르고 좋은 마음으로 잘 일구어나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밀과 가라지의 비유’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그럼, 그 비유의 뜻
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이 세상의 밭에 좋은 씨, 하느님의 자녀들을 뿌리셨습니다. 그런데 악마가 와서 가라
지, 악한 자의 자녀들을 덧 뿌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밀이 자라서 이삭이 팼을 때 가라지도 함께 생
겨났 듯이 이 세상에 선과 악, 의인과 악인,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지 않습니까? 진실보다 거짓
이 더 판치고, 정의보다는 불공정이 앞서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목격하면서 흔히들 말합니다. ‘귀신은 뭐하나, 저런 나쁜 사람들 안 잡아가고’, 이렇
게 우리도 종들처럼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려고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런데 집주인의 생각은 다릅
니다. “아니다. 너희가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악인을 뽑으려 다가 혹여 의인들이 해치지나 않을까?’ 염려하시고, 수확 때
까지 악인과 의인 둘 다 함께 자라도록 기다려주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수확 때, 세상 종말에 천사들을 시켜서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
들을 거두어 불에 태우시고, 의인들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나게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인간을 선으로 창조하시고 정의로 심판하시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비
로 구원하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오늘 우리는 화답송에서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 “하느님은 어질고 용서하시는 분, 자비롭
고 너그러우신 하느님, 분노에는 더디시나 자애와 진실은 넘치십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제1독서, 지혜의 말씀대로, 하느님께서는 정의의 원천으로서 이 세상의 불신과
불의와 오만을 질책하시지만 동시에 너그럽게 심판하시고 아주 관대하게 통솔하십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의인은 인자해야 함을 가르치시고, 악인의 지은 죄에 대하여 회개
할 기회를 주신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안겨 주지 않으셨습니까?
따라서 형제자매 여러분,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줄 뜻
을 품으십시오. 악에 굴복 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로마 12,21)
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
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루카 6,27-28)
그런데 어떻습니까? 이렇게 하느님께서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 자비하신 것처럼 우
리가 이 세상에서 자비롭게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따라서 오늘 제2독서의 말씀대로, 성령께 간청해야 하겠습니다. 간청하면,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
리를 도와주십니다.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면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시
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실 것입니다.”
어느 수도원의 우물가에서 한 자매가 물동이를 나르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물동이를 깨뜨렸습니
다. 물은 땅으로 모두 쏟아져 버렸습니다. 그러자 그 자매는 울상이 되어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를 찾
아가 말하였습니다. “어머니, 물을 다 쏟았습니다. 제 정성이 헛되이 땅에 스며 버렸어요.”
성녀 데레사는 쏟아진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며칠 뒤 그 자리로 자매를 데려갔는데, 쏟아진
물이 스민 곳에 작은 풀들이 파릇하게 돋아나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서 성녀 데레사가 이렇게 말씀
하였습니다. “보아라. 네 물은 헛되지 않았다. 동이에 담겼다면 한 사람이 마셨겠지만 땅에 스며서는
여러 생명을 길렀구나. 이렇게 우리 눈에 실패로 보이는 일도 하느님께서 다른 모양의 열매로 자라게
하신 단다.”
그렇습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의 말씀대로 우리가 행한 모든 일은 하느님에게 있어서 헛된 것
은 하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를 미워하고 나를 저주하고 나를 학대하는 사람을 위한 나의 기도
와 선행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악인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원래 ‘악’해서라기보다는 ‘약’해서 그리하는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
까? 따라서 오늘 의인이 내일 악인으로 바뀔 수 있듯이 오늘 악인이 개과천선하여 내일 의인이 된다
는 믿음을 갖고 우리가 중단없이 기도하고 선행을 한다면,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 나의 기도와
선행에 대해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2026.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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