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안에서 우리가 열매 맺고자 하는 은총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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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 이사 55,10-11;로마 8,18-23:마태 13, 1-23
성령 안에서 우리가 열매 맺고자 하는 은총은 무엇입니까?
어떤 청년이 꿈을 꾸었는데요, 장터 한 가계 앞에 하느님께서 앉아 계셨습니다. 깜짝 놀란 청년이
물었습니다. “하느님, 지금 여기서 뭘 팔고 계십니까?” 하느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너의 마음이 원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판단다.”
이 말씀을 듣고 청년은 평소에 자신이 가장 바라던 것들을 청하였습니다. “하느님, 저에게 마음의
평화, 사랑과 기쁨, 행복을 주십시오.” 그러자 하느님께서 미소를 지으시면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
는 것입니다. “애야, 네가 뭘 오해하고 있는 것 같구나. 나는 여기서 열매는 팔지 않는단다. 단지 씨
앗 만을 팔 뿐이지.”
형제자매 여러분,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그림, ‘해 질 녘의 씨 뿌리는 사
람’을 감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레오 교황님은 이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저는 뜨거운 햇볕 아래 서 있는 씨 뿌리는 사람의 모습은 농부의 수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뒤
로 이미 무르익은 밀밭이 펼쳐진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것은 분명 희망을 상징하는 이미지
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씨앗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 과정을 우리가 다 알지 못하더라
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의 중심에는 씨 뿌리는 사람이 아니라 태양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는 때로는 멀리
계신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역사를 움직이는 분은 하느님이심을 일깨워 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바로
그 태양이 땅을 따듯하게 하고 씨앗을 자라게 합니다.” (‘복음의 힘’, 레오 14세 교황, 가톨릭 출판사
참조)
어떻습니까? 저는 교황님의 이 같은 해석에 공감하면서 오늘 복음, ‘씨 뿌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묵
상해왔는데, 좀 의아한 점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밭에 씨를 뿌릴 때, 먼저 흙을 고르는 등 밭을 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늘 복음
에 나오는 씨 뿌리는 사람은 ‘왜, 이렇게 무성의하게 파종을 하였을까?’
그 이유는, 예수님 시대, 팔레스타인에서는 토양이 좋지 않아 밭을 갈지 않고 바로 씨를 뿌리기 때
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씨 뿌리는 사람도 밭갈이 없이 그냥 마구 씨를 뿌린 것인데, 어떤 씨앗은
길바닥에 떨어졌고, 어떤 씨앗은 돌밭에, 또 어떤 씨앗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져서 다 죽지 않았습니
까?
이 얼마나 큰 헛수고입니까? 그런데,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씨를 뿌리는 사람의 모습을 보시고, 예
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셨는데, 그럼, 그 비유의 뜻은 무엇입니까?
오늘 복음 환호송을 보면, 이렇습니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
분을 찾는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리라.”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에 오셔서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을 뿌리셨는데, 그분께
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
시듯이’ (마태 5,45) 사람을 선별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길바닥과 같은 사람에게도 예수님께서 찾아오시고, 돌밭과 같은 사람에게도 예수님께서 머
무르시고, 가시덤불과 같은 사람에게도 함께 계시지 않으십니까?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처럼 우리를 선별하지 않으시고, 먼저 우리를 찾아오셨고, 먼
저 우리를 사랑하셔서 하느님 말씀과 은총의 씨앗을 우리 마음과 영혼, 육신 안에 심어 주셨습니다.
또한 오늘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대로,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
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양식을 주는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
을 통해 당신의 뜻과 사명을 완수하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어떻습니까?
길에 뿌려진 씨처럼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한 채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
까? 또는 돌밭에 뿌려진 씨처럼 말씀을 듣고 기쁘게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곧 걸려 넘어지는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또는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처럼 말씀을 듣기는 하
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 때문에 열매를 맺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은 땅에 뿌려진 씨처럼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은총의 열매를 맺으면서 생
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만일 우리가 길바닥이나 돌밭이나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면, 우리의 신앙을 잘 일궈 나가야 하겠습니다.
길바닥은 저절로 좋은 땅이 되지 못합니다. 땀을 흘려 돌을 걷어내고, 가시덤불을 제거하고, 열심
히 거름을 주어야 비옥한 땅이 되듯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은 바를 생활 속에서 잘 실천해야 하
지 않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
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
르 3,35)
어느 장애인 마을에서 사는 남자가 등에 여자를 업고 밭고랑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왜, 업고서 저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손이 없는 남자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여자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손이 성한 여
자가 씨앗을 뿌리면 다리가 성한 남자가 발로 땅을 두둑두둑 밟고 있었고, 틈틈이 여자는 남자의 이마
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밭일을 힘을 모아 일하고 있었습니
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부부입니까? 그 부부처럼 하느님께서 우리 가족에게 뿌려 주신 씨앗을 힘을
모아 가꾸면서 좋은 열매를 맺는 가정생활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형제 자매 여러분, 그럼, 우리가 열매 맺고자 하는 하느님의 은총은 무엇입니까? “사랑, 기쁨, 평
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 (갈라 5,22)가 아닙니까? (2028.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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